드디어 캐나다에 송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어렸을때 우리집 뒷산에 송이밭이 있었는데, 요즘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싼 아이템인지라 상품은 못먹고 등외품들을 가끔 먹곤 했었습니다. 특히 풀숲 깊은 곳에 숨어서 발견이 안되었다가 송이 갓이 완전히 퍼진 것들을 가끔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은 완전 득템하는 날입니다. 송이 갓을 숯불위에 올리고 굵은 소금을 살짝 뿌리고 구워서 먹는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져서 못사먹었는데 캐나다에 왔더니 송이를 판매하고 있어서 작년부터 송이철이 되면 매번 사먹고 있습니다.

사실 송이는 먹는 맛도 있지만 산에 올라가서 직접 따는(채취하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송이가 레어 아이템이다 보니 개인 소유의 송이밭이 아니면 여러 사람들이 노리고 있기때문에 6월이나 9월 즈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찬이슬이 내리는 송이 계절이 되면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산에 올라가서 솔잎이 떨어진 산위를 열심히 탐색을 합니다. 송이는 주로 나는 곳에서만 나기때문에 자기가 알고 있는 포인트로 가서 솔잎 덮인 땅위를 손으로 가볍게 꾹꾹 눌러주면 송이가 있으면 손가락에 다른 버섯과 다른 송이의 감촉이 전해져 옵니다. 위에 덮인 솔잎을 살짝 걷어내면 송이 머리가 살짝 보이는데 그때의 즐거움은 송이를 따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송이가 좀 작으면 다시 솔잎을 덮어두고 적당한 크기면 송이 옆 쪽에 작대기를 꽂아 넣어서 지레처럼 아랫부분을 밀어올려 주면 송이가 쑥 올라옵니다. 송이를 채취한 다음 원래 있던 솔잎을 덮어두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고 내년에도 그곳에서 같은 희열을 맛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길이가 손바닥만하 거나 그보다 작은 편인데 가끔은 어린이 팔뚝만한 크기의 송이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런 종류는 한개에 500그람은 족히 됩니다. 1kg에 10만원 정도 한다고 치면 한개에 5만원짜리는 되겠군요. 한번은 누나랑 같이 산에 간 적이 있는데 나무 덤불 속에 갓이 엄청 큰 버섯을 발견해서 나무를 헤집으면서 열심히 채취했는데 갓 크기가 제 머리통보다도 더 크더군요. 크기가 너무 커서 혹시나 송이가 아니고 못먹는 버섯이 아닌가 걱정하면도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면서 가지고 내려왔는데 송이버섯이 맞아서 아주 맛있게 구워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다먹고도 두광주리가 남았다는 전설이...

갤러리아 수퍼마켓에 송이가 입하되었다는 소문에 바로가서 송이를 한팩 구매했습니다. 색깔도 희멀겋고 최상급은 아니지만 500그람에 40불 정도 하니 한국보다 많이 저렴한 것 같습니다. 캐나다 어디서 나는지는 모르겠는데 캐나다에도 소나무 숲이 있고 날씨도 선선하니 송이가 제법 날 법도 합니다. 언제 알공퀸 같은데 소나무 숲이 있으면 탐색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띠링~ 전설의 아이템 자연산 송이(Lv1, HP+200, MP+150)가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놈을 골라서 씼었습니다. 

머리 부분을 잘라줍니다.  

무쇠 후라이팬에 올리고 소금을 살짝 뿌리고 구워 줍니다. 소금은 굵은 천일염을 손으로 으깨서 뿌려 주는게 제일 좋습니다. 소고기도 같이 올려서 구워 줍니다. 송이랑 같이 먹을거라 소고기는 두꺼운 바베큐용 고기 보다는 마블링이 좋은 부위로 골라 왔습니다. 

송이 갓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저도 침이 고이는군요. 

맛있게 먹느라 이제야 사진을 찍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역시 쏘주가 일잔 있어야 겠죠. 

내친김에 조금 작은 놈도 손질해 봅니다. 이건 좀더 상등품처럼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송이 본연의 향을 즐기기 위해 송이만 구워 봅니다. 아무래도 소고기가 있으면 소고기 기름향이 배여서 송이 본연의 향이 날라가겠죠.  

소고기도 따로 꾸워서 곁들였습니다. 캐나다 송이 맛을 평가해보면 송이 색깔도 좀 희멀겋고 한국에서 먹었던 것 보다 좀 맛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숯불을 피워서 한번 꾸워 먹어 봐야 겠습니다. 

송이 한마리는 남겨 뒀다가 라면에 넣어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진라면에서 PPL이 들어왔습니다. 

송이를 아낌없어 넣어줍니다. 송이향을 살릴려면 좀 나중에 넣어야 겠지만 사진을 위해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럭셔리 라면이 완성되었습니다. 라면 스프맛에 많이 가려졌지만 송이향이 은은하게 나는 군요. 어렸을 때에는 송이향을 위해서 호박만 넣고 송이와 끓여서 먹었었는데 뭐 기분이니까 이렇게 먹는것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Posted by Lonely M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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